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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빙 대본/대본

(2남1녀)[노을빛 세계에서 너와 노래를 - 간진, 무녀와의 만남] 더빙 대본

by 치카우사 2021. 5.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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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소나
남자1 간진
남자2 제자1, 제자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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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길가

[ 무녀가 축사를 읊자, 법의를 입은 남자가 나타났다. ]
소나: 혹시.. 스님이세요?
간진: [자조적인 웃음을 지으며] 스님... 그런 대단한 호칭은 치워. 난 그냥 부처의 노예일 뿐이야. 너는 태양의 무녀지?
소나: 네. 저는 소나에요.
간진: 나는 마코토... 카가미 마코토다.
제자1: 간진 씨! 이런 곳에 계셨군요. 역시 길치네요...
간진: 이봐, 마코토라고 부르라고 했잖아.
제자1: 뭘 그렇게 폼잡으려고 하세요. 간진 씨잖아요.
간진: ...뭐, 어차피 이름은 그저 기호일 뿐이지. 혼은 변하지 않아. [하늘을 올려다본다] 하늘이 심기가 불편한가... 슬슬 비가 오겠군. 절로 돌아가자. 시간이 비면 우리 절에 와. 환영해주지.
제자1: 하아, 저 사람 참.. 실례했습니다.
소나: 간진 씨...구나.

2. 간진의 절로 가는 길

[ 갑자기 비가 내린다. ]
소나: 우산이 없는데... 어떡하지. 비를 피할 장소를 찾아야 해.
간진: 소나.
소나: 어? 간진 씨!
간진: 여기. 비 피할 수 있어. 따라와.
소나: ...네!

[ 나무 동굴 안에 간진이 들어간다. ]

간진: 왜 그래? 너도 들어와.
소나: 감사합니다.
간진: 비에 젖는 괴로움은 누구보다도 잘 알아. [의미심장하게 입꼬리를 올리며]
소나: 마침 간진 씨가 계신 절로 향하던 중이었어요.
간진: 우연이네... 나도 가던 중이야. 중간에 비를 피하는 신세가 되긴 했지만. 그런데.. 아직 너한테 제대로 대접도 못했네.
소나: 아니에요. 뭘 대접까지.
간진: 내가 하고 싶어. 절에서 대접하게 해 줘. 최고의 반야심경을 들려주지. 단... 오늘은 수계 의식을 할 예정이라, 그 전까지밖에 같이 못있는데 괜찮아?
소나: 마음 써주신 것만으로도 기뻐요.
간진: ...솔직한 녀석이군. [만족스러운듯이 미소짓는다.] ....음? 봐봐. 하늘이 웃는 모양이야.

[ 비가 갠 뒤 맑은 하늘이 보인다. ]

간진: 좋아. 날 따라와.

[ 간진의 등을 믿고 따랐지만, 같은 길로 되돌아왔다. ]

소나: 어라..? 여긴 아까 그 나무죠?
간진: ...맞은편이다.

[ 간진의 등을 믿고 따랐지만, 다시 같은 길로 되돌아왔다. ]

소나: 어, 어라?
간진: 가자.
소나: 네...

[ 간진의 등을 믿고 따랐지만, 또 다시 같은 길로 되돌아왔다. ]

소나: 간진 씨, 혹시 헤매시는 거에요?
간진: ...헤매지 않았다고 말하면 거짓말이 되겠지. 길을 헤매도.. 인생에서는 헤매지 않아.
소나: 이상하네요. 이렇게 많이 안 걸어도 분명 산을 빠져나갈 수 있을 텐데...
간진: 너니까 털어놓을게. 사실 난 길치야.
소나: 그러고 보니 첫만남 때 제자분께서 그렇게 말했었죠.
간진: ...응. 이건 제자들 중에서도 일부밖에 몰라. 진짜 나를 안다면 다들 실망할테니까. 처음에는 제자랑 함께 절로 가고 있었어. 근데 그 녀석이 염주를 까먹어서 말이야. 어쩔 수 없이 혼자 가는 동안에 갑자기 비가 내려서 비를 피할 장소를 찾은 거야.
소나: 그래서 제자랑 헤어진 장소도 잊어버렸군요.
간진: ...한심하지?
소나: 길치구나... 큰일이네요.
간진: 네가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다... 혼자였다면 지금쯤 돌아가신 할머니랑 대면하고 있었겠지.
소나: 저, 간진 씨. 오늘 수계 의식이 있다고 하셨죠?
간진: 응. 수도의 유력 귀족이 올 예정이야. 지각하면 어떻게 되려나. 지도는 받았는데, 도착은 불가능해. 이건 부처님이 나한테 주신 시련일지도 몰라.
소나: 그러게요... 아, 잠시만요!
간진: 말리지 마. 이건 부처님이 나한테 주신 고행이다.
소나: 아뇨, 그... 지도를 가지고 계신 거죠? 그걸 주세요! 제가 안내할게요.
간진: ... [천천히 지도를 내민다]
소나: 음... 이쪽이에요.
간진: 지도를 볼 줄 아는가... 마치 천녀같아. 흥미진진하군. 마음까지 읽고 싶어져.
소나: ...마음은 읽지 말아주세요.

3. 절 앞

소나: [절의 분위기에 압도되어] 대단해...!
간진: 제자들이여, 기다리게 했네.
제자1: 간진님! 무사히 도착하셨군요! 길을 헤매시진 않을지 걱정했습니다.

4. 소나의 회상

간진: 너니까 털어놓을게. 사실 난 길치야. ...응. 이건 제자들 중에서도 일부밖에 몰라. 진짜 나를 안다면 다들 실망할테니까.

5. 다시, 절 앞

[제자들이 소나를 바라보며 말한다]
제자2: 당신, 목적이 뭐야? 사이비 종교 사자인가?! 감히 간진 님을 꼬드기러 오다니!
간진: 그만둬라. 전부 내 탓이다.. [소나를 감싸듯이 소나 앞에 섰다.] 다들, 잘 들어라. 나는... 그, 길을 잘 헤맨다.
제자2: 도를 통달한 간진 님도 아직 길을 헤매시는구나...
간진: 아니, 그게 아니라... 길을 제대로 가는 게 잘 안된다고 해야 하나...
제자2: 인생은 길게 돌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렇게 말씀하고 싶으신 거죠?
간진: 아니다!! [결심한 듯이 숨을 크게 들이쉰다.] 나는... 나는, 사실 길치다!!
소나: 간진 씨...
간진: 일부 승려들을 제외하고는 숨기고 있었는데... 사실 나는 혼자서 길을 찾을 수가 없어. 그래서 이 사람이 날 여기까지 데려다 준 거야.
제자2: 하지만 절까지 오는 길은 어린아이도 기억할 정도로 단순합니다...
간진: 나는 그래도 헤맨다. 진짜 나는 그런 한심한 남자다.

[제자들이 술렁인다.]

소나: 죄송합니다... 간진 씨의 입장을 좀 더 생각했더라면...
간진: 사과할 필요 없어. 내가 말하고 싶어서 말한 것 뿐이야.
제자2: 간진 님, 정말로 길치입니까?
간진: [고개를 끄덕인다]
제자2: 그럴수가...
소나: (간진 씨.. 정말 괜찮은 걸까?)

6. 절에서 맞는 밤.

소나: (그 뒤에 간진 씨는 어떻게 됐을까? 아직 안 끝났나..)
간진: 기다려.
소나: 간진 씨!
간진: 오늘은 미안했다. 너한테 신세를 졌군.
제자2: 죄송합니다. 저희가 어리석었습니다. 당신 덕분에 위대한 스승을 잃지 않을 수 있었는데...
간진: [흡족한 미소로 고개를 끄덕인다.]
제자2: 의식을 행하는 중에 간진 님을 보고 깨달았습니다. 아름다운 불경, 기품있는 자세, 멋있는 안경.
간진: 칭찬은 됐어. 이제 돌아가.
소나: 길치라고 고백해도 여전히 제자들이 잘 따르네요.
간진: 응. 오히려 친밀감이 생겨서 한층 더 잘 따르게 됐어. 아무래도 부처님은 나에게 이 길을 걷게 하실 모양이야... 운명이란 참 가혹하지.

7. 간진과 둘이, 방에서.

간진: ...비밀을 들키면 제자들이 떠날 거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전부 쓸데없는 걱정이었던 모양이야.
소나: 그만큼 간진 씨가 대단한 사람이라서 그래요. 게다가 당당하게 자기 약점을 밝히는 모습은 멋있어요.
간진: ...그래?
소나: (슬슬 돌아갈 시간인 것 같네.. 너무 늦게까지 있는 것도 실레니까..) 저기.. 저, 숙소로 돌아갈게요.
간진: 돌아간다고...?
소나: 아까 대접해주신 요리 엄청 맛있었어요. 잘 먹었습니다. 그럼, 실례하겠...
간진: [벽치기를 한다] ...!
소나: 간진 씨...?
간진: 가지마... 라고 하면 어쩔 거야?
소나: 네...?
간진: 내 약점을 받아들여주고. 날 구해줬어. 너한테 끌릴 수밖에 없잖아.
소나: ...! 저기, 누가 보면 또 간진 씨가 난처해져요...
간진: ...... [피식 웃는다] 진짠 줄 알았어?
소나: 간진 씨! 깜짝 놀랐잖아요...
간진: ... 길은 헤매도 불도는 헤매지 않아.
소나: (간진 씨 답네..)
간진: 제자들에게 바래달라고 할게. 따라 와.
소나: 네. 저, 또 와도 되나요?
간진: 응. 너라면 언제든 환영이야. ...그때까지 좀 더 수행을 쌓아둬야겠어.
소나: 수행...?
간진: 본능을 억누르는 수행말야. 네가 앞에 있으면, 나도 참을 자신이 없으니까.
소나: 네? 무슨 뜻이에요?



소나: [독백] 간진 씨는 뒤돌아보지 않고 차분한 발걸음으로 복도를 걷기 시작한다. 나는 그 따뜻하고 든든한 뒷모습을 마냥 계속 바라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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