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1 | 아리아 |
여자2 | 이사벨라, 루루 |
남자1 | 리온, 남자1 |
남자2 | 히스이, 남자2 |
남자3 | 유그, 루크 |
남자4 | 에반 |
1. 아리아의 집
아리아: (이 곳은 작은 낙원. 끊임없는 행복. 근심 걱정 없는 나날.)
루크: 우리 귀염둥이 아리아. 아아, 어쩜 이렇게 귀여울까.
이사벨라: 내 딸인 걸. 사랑스러운 게 당연하지. 그리고 앞으로, 고상하고 아름답게 키울 거야.
아리아: (다정하고, 내 어리광을 다 받아주는 우리 아빠. 누구보다도 아름다운, 나의 자랑 우리 엄마. 아빠도, 엄마도, 집에 있는 메이드도, 집사 제프도. 모두 날 보고 귀엽다고 해. 하지만 그건 당연한 소리니까 하나도 기쁘지 않아. 난 어둠의 카스트 최상위에 군림하는 인어의 핏줄을 엄마에게 물려받았는 걸. 인어. 그것은 이 어둠의 세계에서 가장 고귀한 최상위 종족.)
이사벨라: 아리아. 너는 영원히 아름다워야 해. 그게 엄마의 피를 이어받아 인어로 태어난 너의 의무야.
아리아: (어릴 때부터 항상 들어왔던 말. 그래. 사랑스럽고 아름답고 품위 있게 살아가는 건 나의 의무야. 그렇게 살아야만 해. 왜냐하면 나는.. 최고의 존재. 인어니까.)
2. 아리아의 집 (다음날)
아리아: 아빠, 아빠는 어떻게 엄마랑 결혼하게 됐어? 엄마라면 더 멋진 상대랑 결혼할 수 있었을 텐데. 그리고... 나, 알고 있어. 아빠는 카벙클이란 종족이지? 아빠는 인어가 아니야. 카벙클은 카스트에서 그렇게 높지 않은 위치잖아?
루크: 그렇단다. 아리아. 넌 똑똑하구나. 아직 어린데도 잘 알고 있네. 외모나 계급같은 여러 문제에 대해 아리아도 생각하고 있는 바가 있겠지.. 하지만, 엄마는 그런데도 아빠를 사랑해줬지. 그래서 결혼할 수 있었어.
아리아: ...이상해. 나는 잘생기고 계급도 높은 사람이랑 결혼하고 싶어. 음, 예를 들면... 흡혈귀가 좋을 것 같아. (어둠의 우월성 법칙. 상위 계급과 하위 계급이 짝을 이룰 때 생기는 이 세계의 법칙. 둘 사이에 태어나는 아이는 십중팔구, 상위 종족의 피를 이어받는다고 한다. 최상위에 군림하는 인어가 아이를 낳으면 그 아이는 거의 틀림없이... 그래. 그래서 나는 아빠가 카벙클인데도 인어로 태어났어. 하지만 카벙클로 태어난 아빠는 평생 카벙클이야... 아빠는 약자의 위치에 있어. 그러니까 상위층인 내가 지켜줘야 해. 만약 누가 아빠를 못살게 굴면 내가 가만두지 않을 거야. 아빠가 좋아. 언제나 나를 소중하게 여겨주는 아빠를 그 누구보다 사랑해. 하지만...)
이사벨라: 준비 다 됐어. 슬슬 파티에 가죠.
루크: 응, 이사벨라. 내가 가장 사랑하는 내 아내. 당신은 오늘도 정말 아름다워.
아리아: (아빠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언제나 엄마. 부러워... 나도 더 사랑받고 싶어. 그 누구보다도, 강하게. 엄마처럼 되고 싶어. 아빠가 내게 향해서. 아빠에게 맹목적일 정도로 사랑을 받고 싶어.) 엄마. 나도 언젠가 엄마처럼 될 수 있어?
이사벨라: 물론이지, 아리아. 왜냐하면 너는... 너는, 내 딸이니까.
3. 마차 안
아리아: 여긴.. 어디지? 왜 내가 묶여있는 거지? 바퀴 소리가 들려.. 마차 안인가? 그리고 창밖으로 달이 보여... (달이 떠 있는 시간은 살아있는 생물이 활동하는 시간. 달빛이 사라지면 이 세계에는 완전한 어둠이 내려앉아 정적에 휩싸인다.) 응...?
남자1: 선배, 저 이런 일은 처음이에요. 호송관이 된 지 이제 몇 년이 지났지만... 설마 최상위계급 인어를 호송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남자2: 나도 처음이야. 게다가 죄명이 동족 살해라니. 심지어 살해한 대상이 자기 엄마... 인어살해니까 "LOCK4"로 호송하는 것도 이해가 되네.
아리아: ...! (말도 안 되는 누명을 썼어. 그렇게 생각했지만, 소리를 지르고 싶어도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양 손발에는 밧줄이 묶인 채, 입에는 재갈이 물린 채. 마치 물건처럼 던져져 있었다.)
남자1: 무섭네요... 아버지는 그걸 보고 자살이라고 말했다고 그랬죠? 정말 충격적이었겠네요. 갑자기 자기 애가 눈 앞에서 엄마를 찔러 죽였으니까. 근데 "LOCK4"는 빛이 완전 차단된 독방이죠? 고독을 이기지 못하고 미쳐서 죽는 수감자가 많다던데.. 그런 곳에 이런 어린 애를 보낸다구요?
남자2: 어린애긴 하지만 인어니까. 그래서 이렇게 단단히 묶어둔 거야. 본능적으로 하위종족은 상위종족을 거스를 수 없어. "복종명령"을 사용하면 교도관이나 다른 수감자들이 이 여자애 탈주를 도와줄지도 몰라.
남자1: 근데 선배.. 저 도저히 이해가 안 돼요. 몸을 묶어두고 약으로 의식을 흐리게 했다고 해도... 호송하는 사람이 우리 둘 뿐이라니 너무 위험하지 않습니까? 저번에 메두사를 호송할 때는 7명이었잖아요?!
남자2: 위에서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나 보지. ...그거 알아? 이번 사건, 사형시키라는 목소리가 은근히 나오고 있어.
남자1: 사형?! 인어를요?!
남자2: 다들 인어에 대해 이것저것 생각하는 게 있잖아. 카스트의 정점에 있으니까.
남자1: 이 어린애를 상대로 지금까지 쌓인 울분을 풀려고 한다는 건가요...
남자2: 글쎄. 하지만 계급은 물론이고 정치까지 좌지우지 하는 게 바로 이 인어라는 종족이야. 보통이라면 인어를 처벌하는 건 불경죄라 처벌해달라는 쪽이 처벌을 받아도 이상할 게 없지. 그렇군. 그래서 지금까지 인어를 처벌하지 않았다면 어쩌면...
남자1: ...선배?
남자2: 아냐. 이 이야긴 그만하지. 지금 말은 잊어버려. 그건 그렇고, 두려워할 대상이 없는 세상은 어떤 세상일까.
(덜컹)
남자1: 어이쿠... 도착했네요. 이런 외진 곳에 감옥이 있을 줄이야. 전 몰랐습니다. 리스트에도 없고... 대체 여긴 어딥니까?
남자2: 리스트에 없다는 건 몰라도 된단 뜻이야. 깊게 파고들지 마. 우린 위에서 내려온 지시에 따라 이 여자애를 넘기면 그걸로 끝난 거야.
4. 수수께끼의 건물 입구
남자1: 야, 제대로 걸어.
아리아: .... (굴욕적이야. 절대. 절대 용서하지 않겠어. 그리고 난...)
남자2: 오늘부터 여기가 네 집이다. 인어의 수명은 다른 종족보다 길지. 어머니를 죽인 죄를, 여기서 천천히 속죄하도록 해.
아리아: (입에 재갈을 문 채 무언가를 말하려는 듯이) .....윽!
남자1: 으아.. 선배, 얘 엄청 노려보고 있어요.
남자2: 당황하지 마. 네가 그러고도 호송관이냐.
아리아: (이 손 놔.. 놔.. 놓으라구! 난 아무도 안 죽였어! 엄마를 죽이지 않았다고! 왜 아무도 내 말을 안 들어 줘?!)
에반: 아이구, 수고가 많으시네. 이 머메이드 여자애는 내가 데려갈게. (에반이 아리아에게 양팔을 벌리며 인사한다.)
아리아: ... (에반을 경계하며 물러난다.)
에반: 소개가 늦었네. 내 이름은 에반. 이 시설에서 일하고 있는 정신과 의사야.
남자1: 정신과 의사? 교도관이 아니라 정신과 의사가 데리러 온 건가요?
에반: 아하하. 이상해 죽겠다는 표정이네. 하지만 설명은 안 해줄 거야. 왜냐하면, 당신들과 잡담하는 것만큼 쓸모없는 짓은 없으니까.
남자1: 뭐...
남자2: 뭐라고...?!
에반: 불쌍해라. 재갈까지 물고. 지금 풀어줄게.
남자2: 윽... 잠깐, 제 정신이야?! 감옥에 넣기 전에 풀어주면...!
남자1: 얘 인어라구요?! 복종명령을 사용하면 어쩌려고 그럽니까!
에반: 괜찮아. 당신들은 이제 돌아가도 좋아. 먼 길 오느라 수고했어. 몇 시간 뒤면 기억이 지워지겠지만... 난 당신들을 잊지 않을게. 당신들은 기억 못하겠지만, 당신들과 만나는 건 이번이 두 번째거든! 키 큰 쪽이 아마 아벨... 아니 아들레이였나? 그리고 그쪽이 요하임.
남자1: 뭐, 뭡니까 당신. 어떻게 우리 이름을...
에반: 그러니까 아까 말했잖아. 그렇게 된 거야. 자, 갈까? 아리아. 계속 널 기다리고 있었어.
5. 수수께끼의 건물 정원
아리아: (... 여긴 뭐 하는 데지? 문 근처에 있는 저긴.. 경비원들이 대기하는 곳이지? 안쪽에 한 명 있는 게 보이긴 했지만.. 제대로 근무할 생각이 있긴 한 건가? 그 호송관들 말대로면 여긴 흉악범들이 오는 감옥이잖아? 그런데 경계하는 것처럼 보이지가 않아. 저 경비원은 지금 대기소 안에서 태평하게 신문이나 읽고 있고..)
에반: 왜 그래? 아무 말도 없네. 약효는 이미 떨어졌을 텐데? 아아, 아니면 묶여있던 곳이 아픈 건가?
아리아: ... (에반을 째려보며)
에반: 너 눈빛이 대단하네. 혹시 날 경계하는 거야? 아하하, 귀여워라. 하지만 그래봤자 아무 의미 없어. 그럴 시간에 철저하게 정보를 수집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아리아: ...수상한 남자네.
에반: 오, 말했다. ...근데 말이 심하네.
아리아: 어차피 당신도 내 얘길 들어줄 생각 없잖아?!
에반: 으응? 저런. 바로 그런 걸 경솔한 생각이라고 하는 거야. 시험해보지도 않고 바로 결론을 내리는 건 아깝다고 생각해.
아리아: 그럼 얘기 들어줄 거야? 내 질문에도 대답해 줄 거야?
에반: 그건 어떤 내용이냐에 따라 다르지. 너랑 나는 지금 처음 만났잖아. 아직 서로 신뢰관계가 구축되지 않은 상태에서 조심성 없이 막 약속할 수는 없지.
아리아: (...정말 수상한 남자야. 하지만 지금은 이 남자 말이 맞아. 하나라도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해.) ...좋아. 그럼 대답할 수 있는 건 확실히 대답해.
에반: 좋아. "대답할 수 있는 건" 확실히 대답할게. 그건 약속하지. 그래서?
아리아: ...여긴 감옥이지. 저기 보이는 건물에 내가 수감되는 거야?
에반: 아, 그 질문엔 답할 수 있어. 대답은 No야. 넌 수감되지 않을 거야. 애초에 여긴 감옥이 아니니까.
아리아: ....뭐라고?
에반: 저기 있는 두 개의 건물... 그 중에 4층짜리 큰 건물은 기숙사야.
아리아: 기숙사?
에반: 그래, 넌 오늘부터 저 기숙사에서 생활하게 될 거야. 그리고 그 옆에 있는 2층짜리 작은 건물이 내가 근무하고 있는 병원이지. 딱히 구속도 하지 않고, 감금도 하지 않아. 단지 여기서 나갈 수 없을 뿐이지.
아리아: ...무슨 소린지 모르겠어. 그러니까, 뭐야...? 병원 옆에 있는 기숙사에서 생활한다고...? 혹시 내 정신 상태가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거야? 정신병원에 감금한다는 얘기야?
에반: 난 딱히 네가 이상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데. 넌 네가 이상하다고 생각해?
아리아: (에반의 손을 뿌리치며) 윽! 내가 질문하고 있잖아!
에반: 아하하, 미안. 참, 질문을 질문으로 답하는 건 실례지. 하지만 안심해. 넌 환자가 아니라 간호사야.
아리아: 간호...? 난 의학 지식 같은 거 없어.
에반: 전문적인 지식은 바라지 않아. 환자의 수발을 들어주면 돼. (우스꽝스러운 어조로) 넌 인어지. 다른 사람 시중을 들어본 적 없겠네? 그럼 첫 체험이네. 우와!
아리아: (...뭐야, 이 남자. 너무 수상해. 환자 수발을 든다고? 내가?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에반: 이해가 잘 안 되나 보네. 하지만 감옥 안에서 고독하게 죽기를 기다리는 것보다는 훨씬 의미 있는 삶을 살 수 있을 거야.
아리아: ...애초에 내가 감옥에 들어가야 할 이유는 없어. (하지만.. 알고 있어. 그걸 이 남자한테 말해봤자 아무 소용 없을 거야. 애초에 이 남자, 좀 즐기고 있는 것 같지 않아? 이 남자의 눈은 마치 나를...)
에반: 질문은 더 없어?
아리아: ........ 아니, 아직 있어. 나는 대체 어떤 환자들의 수발을 드는 거야?
에반: 오, 좋은 질문이네. 이대로 안 물어보고 끝나는 줄 알았어. 네가 돌봐야 하는 상대는 말이지... 머맨이야. 알고 있을까? 이 세계에선 잘 태어나지 않는 '남자 인어'야.
아리아: ....! (머맨. 들어본 적 있어. 여자 인어 머메이드는 이 세계에서 가장 고귀하고 아름다운 종족으로 군림하고 있다. 그 반대로 머맨은...) 머맨은 몸이 약해서 어릴 때 죽잖아. 게다가 흉측한 모습을 하고 있어서 머맨을 본 자는 목숨을 잃을 정도라던데...
에반: 너, 머맨과 만나본 적 있어?
아리아: 없어. 있을 리가 없지. 금방 죽어버리는 존재랑 어떻게 만나겠어?
에반: ...그렇군. 그럼 여기서 처음으로 머맨과 만나는 거네. 여긴 말이지, 바깥 공기가 맞지 않아서 어릴 때 죽고 마는 머맨을 위한 격리시설이야. 금방 죽어버리는 머맨도 여기에서라면 잘 살아갈 수 있지. 자, 아리아. 기념할 만한 첫 해후다!
아리아: ...... (...말도 안 돼.)
에반: 어라, 아주 불쾌하다는 얼굴이네.
아리아: 당연하지! 내가 왜 세상에서 가장 흉측한 존재의 수발을 들어야 돼?!
에반: 세상에서 가장 흉측하다니. 너무하네. 성별이 다르긴 해도 동족이잖아.
아리아: 머맨과 우리가 동족이라고?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마, 같을 리가 없잖아!
에반: ...후후.
아리아: 뭐야, 그 웃음.
에반: 너랑 나랑 이제 막 알게 된 사이지만, 이제 너에 대해 조금 알 것 같아서. 네 안에는 아직 자기 자신이 없네. 네가 말하는 자신의 의견이라는 건 결국 다른 사람들의 의견에 편승한 것뿐이잖아? 누군가가 그렇게 말했다는 것만으로 그게 너의 진실이 되는 거지.
아리아: ...뭐야, 그게. 나는...!
에반: 아, 화났어? 미안. 그냥 말해 본 거니까 신경 쓰지 마.
아리아: 아까부터... 대체 뭐야, 당신. 거만하게 놀리기나 하고...! 당신이 어떤 종족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보다 낮은 계급이잖아! 약효가 다 한 상태에서 날 풀어준 걸... 후회하게 될 거야!
에반: 저런, 나한테 복종명령을 행사하려고? 하하, 좋아. 한 번 해봐. 하지만 미리 말해 두겠는데, 의미 없는 짓이야. 나한테 그건 안 통하거든.
아리아: 윽! 그럴 리 없어! 언제까지 날 놀리려고...
루루: 에반 선생님! 정말. 데리고 오는 데 대체 몇 시간이 걸리는 거에요!
아리아: (... 이번엔 또 누구야.)
에반: 이야, 루루. 아니 그게, 나도 모르게 대화에 빠져들어서 말이야.
루루: 그런 말 할 때가 아니에요. 다들 벌써 모여있다구요. 그건 그렇고... 아, 이 아이군요, 선생님. 전에 말씀하신 아이가.
에반: 그래. 손꼽아 기다리던 귀여운 머메이드야.
루루: 손꼽아 기다렸다니... 호송 도착 시간도 잊고 있었으면서. 뭐, 그건 그렇고, 반가워요, 아리아. 난 루루에요. 에반 선생님의 조수고... 보다시피 귀여운 서큐버스죠! 잘 부탁해요.
아리아: .... (싸늘한 시선으로 루루가 내민 손을 지켜만 본다.)
루루: .... (뻘쭘하다는 듯이 내민 손을 다시 집어넣는다.) 예쁜 얼굴에 언짢은 기색이 가득하네. 선생니임.... 또 화낼만한 짓 하신 거죠.
에반: 어? 아니야. 얘는 원래 이런 애야. 그렇지, 아리아?
아리아: ...허물없이 부르지 마. 당신이 무례한 말만 한 건 사실이야. 거만한 태도에, 계속 놀리기만 하고, 복종명령은 효과가 없다는 거짓말까지!
에반: 너무하네, 이것도 저것도 다 트집만 잡고. 난 거만한 태도로 네게 말하지도 않았고, 거짓말 한 적도 없어.
아리아: 아직도 그 소리야? 내 복종명령이 듣지 않는 종족은 동족 이외에 있을 리가...
루루: 있는데요?
아리아: ....뭐?
루루: 흔한 일은 아니니까 아리아는 잘 모르는구나. 있어요. 누구한테도 복종하지 않고, 복종하도록 만들 수도 없는 카스트에서 빠져 있는 종족이. 그게 선생님 종족이죠. 그러니까 선생님에겐 누구도 명령을 내릴 수 없답니다. 그 누구도.
아리아: ... 당신도 날 놀리는 거야?
에반: 루루도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니야. 그렇게 의심스러우면 시험해 볼래? 나는, 마리오네트라는 종족이야. 들어본 적 있으려나.
아리아: ...몰라. 카스트 위치는?
에반: 글쎄? 모르겠네. 난 어떤 종족에게도 본능적인 두려움을 느끼지 않거든. 나 이외의 동족과 만난 적도 없어서 누구한테 배우기도 어렵고 말이지.
아리아: 만난 적이 없다니... 그래도 부모님은 있잖아?
에반: ........ (조용히 미소를 머금은 채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뭐, 그래서 말이야. 나는 루루가 말한 것처럼 아무한테도 명령을 받지 않아. 의심되면 시험해 봐. 언제든지 난 상관 없어. 그럼 갈까. 다들 기다리고 있어.
아리아: (대체 뭐야... 지금 일부러 말을 잘랐어. 지금은 옆에 아무도 없어... 지금이라면 도망칠 수 있을지도 몰라. 하지만 그 다음엔? 여길 나간 뒤엔 어쩌면 좋지? 나의 무죄를 증명하지 않는 이상 분명 도망치지 못할 거야. 일단은 여기서 상황을 지켜보는 수밖에... 없는 건가.) (한숨)
6. 기숙사 내부
아리아: (밖에서 봤을 때보다 넓네. 게다가 생각보다 깨끗해.)
에반: 여기 1층과 2층에는 공용 시설에 모여 있어. 3층과 4층은 개인 공간이고. 이곳 1층에는 식당, 조리실, 집회소가 있어. 2층에는 도서관이랑 오락실이 있는데 지금부터 갈 곳은 이 안쪽에 있는 집회소야. 다들 이미 모여있을 테니까 널 소개할게.
아리아: ....모여 있는 사람들은, 내가 수발을 들게 될 머맨들?
에반: 응. 여긴 머맨이 15명 정도 생활하고 있거든. 새로운 사람이 들어오면 다 같이 모여서 인사하는 게 규칙이야.
아리아: ...흐음. (여기 있는 머맨은 겨우 15명 정도... 그것밖에 없다니. 역시 희소종이네. ...머맨은 대체 얼마나 흉측한 모습을 하고 있을까.)
에반: 왜 그래? 얼굴이 굳었네. 괜찮아, 다들 좋은 애들이니까. 그래도 뭔가 곤란한 일이 있으면 루루한테 상의하도록 해. 물론 나한테 상의해도 되지만... 여자끼리 대화하는 게 스스럼 없고 좋겠지?
루루: 좋네요. 한동안 여자가 없었어서, 저도 꼭 친해지고 싶어요! 아리아? 친하게 지내요?
아리아: (불쾌하다는 표정으로 째려보며) (...친하게?)
루루: 아아, 뭐야. 그 싫다~~~ 하는 표정은. 혹시 '서큐버스같은 저급 종족이랑 친해지고 싶지 않아!' 이런 생각을 하는 건가요?
아리아: 아, 아니야. 그런 건... (아빠도 계급이 낮았으니까 계급으로 일일이 차별은 하지 않지만. 하지만... 계급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루루랑은 잘 안 맞을 것 같은 걸. 왠지 내가 더 셀 것 같기도 하고.)
루루: 뭘까, 그 의미심장한 표정은? 무례한 생각이라도 하고 있나요?
아리아: ...아니.
루루: 하아... 뭐 상관없지만요.
에반: 아, 맞다. 아리아. 나중에 여기서 생활하기에 딱 알맞은 옷을 줄게. 분명 너한테 잘 어울릴 거야.
루루: 오오, 어떤 옷인데요?
에반: 글쎄? 그저께 주문해서 오늘 막 도착했거든. 얼른 열어보고 싶네.
아리아: 얼른 열어보고 싶다니... 아직 안 본 거야? 그럼 나한테 어울릴지 안 어울릴지 모르잖아.
루루: 선생님.... 아무 말 하는 버릇 좀 버리세요.
아리아: (둘 다 이제까지 주변에 없던 타입이라 상대하기 힘들어...)
에반: 자, 도착했다, 아리아. 마음의 준비는 됐어?
7. 집회소
아리아: ...!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에반의 말을 믿는다면, 여기에 있는 모든 남자들이 머맨인 거지? 하지만 이건 이상하잖아, 왜... 머맨은 흉측하고 추악한 모습을 하고 있어서 그들을 본 자는 목숨을 잃을 정도이다. 그것이 어둠의 세계에서의 상식이었다. 그랬는데... 이건. 거짓말이야... 뭐야... 이 녀석들은 대체 뭐야! 왜지..? 숨쉬기가 힘들어. 마치 이 방에만 공기가 없는 것처럼...) 윽... 우윽....
에반: ...괜찮아, 아리아?
아리아: !
에반: 너 정도 되는 인어도 압도당한 건가?
아리아: ...아니야!
에반: 그렇다면 다행이고. 첫날부터 이러면 나도 곤란하니까. 그럼 애써 널 여기로 데려온 의미가 없지.
아리아: ...무슨 뜻이야, 그게. 날 여기로 데려온 것에 무슨 특별한 의미라도 있다는 거야?
에반: ...... (말 없이 옅은 미소를 지으며)
리온: 왜 오자마자 싸우고 그래? 도우미 한 명 데려오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린 거야.
히스이: 그보다... 도우미가 굳이 필요해?
유그: 히스이. 그러지 마. 모처럼 와 준 애한테 그렇게 말하는 건 실례잖아.
히스이: ...딱히 내가 바란 것도 아닌 걸.
유그: 그래도 마찬가지야. 예쁜 애잖아. 난 마음에 드는데?
리온: 유그, 넌 상대가 누구든 똑같이 말할 거잖아...
유그: 하지만 리온. 호불호가 없는 건 좋다고 생각하지 않아?
리온: 그런 건 호불호가 아니라 지조가 없다고 하는 거야.
유그: 오, 그렇구나. 너 박식하네.
리온: 윽... 너 놀리는 거지!
루루: 자자, 싸움은 여기까지~ 더 싸웠다가는 내 참을 이용해서, 죽는 것보다 부끄러운 짓을 하게 만들어 버릴 거예요?
리온: 윽...! (미간을 찌푸리며)
아리아: (참이라... 책에서 읽은 적 있어. 일정 시간 동안 이성을 원하는 대로 조종할 수 있는 서큐버스의 능력. 대상이 이성 한정인 대신에, 카스트에 상관 없이 사역할 수 있다고.. 그렇구나. 그래서 루루는 계급이 낮은 데도 이 정도로 당당할 수 있는 거였어. ... 그건 그렇고.) (지금 말한 세 명의 머맨들은 이 중에서 특히 눈에 띄었다. 리온이라고 불린 남자는 성격은 나빠 보이지만 사람의 눈을 끄는 묘한 매력이 있다. 히스이라고 불린 남자는 딱하게도 얼굴에 상처가 있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울고 싶을 정도로 마음이 놓인다. 그리고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이 남자... 하지만 가능하다면 이 남자는 쳐다보고 싶지 않아. 뭐지, 이 느낌은... 마음이 불안해.)
에반: 자자... 그럼 조금 늦었지만 소개를 해볼까. 이 아이의 이름은 아리아. 오늘부터 너희들을 돌보게 될 새로운 도우미야. 자, 아리아. 인사해.
아리아: ..... (작게 고개만 끄덕인다.) (여기서 반항한다고 사태가 호전될 리는 없겠지만... 억울하게 갇히게 된 내가 솔선해서 인사해야 한다니, 진짜 싫어.)
에반: ...아리아는 보다시피 낯을 좀 가려. 다들 친하게 대해 주길 바라.
리온: 아, 낯을 가린다. 걔는 무슨 종족이야?
에반: 머메이드야. 그래서 지금까지 데려왔던 도우미 중에서도 가장 예쁘지?
유그: 오. 머메이드구나. 이 시설에 온 뒤로 머메이드는 처음 봐. 잘 부탁해, 난 유그.
아리아: 아... (숨쉬기 괴로워... 목 뒤가 화끈거려...)
히스이: 있지, 너.
아리아: !
히스이: ...? 왜 그래?
아리아: 아... 아니, 아무 것도 아냐. (히스이의 눈을 본 순간, 그동안 느끼고 있었던 압박감이 한꺼번에 흩어져 사라졌다. 그뿐 아니라... 이 정체불명의 불안감으로부터 그가 지켜줬으면 좋겠다는 기분마저 들었다. 내가 왜 이러지... 처음 만난 상대에게 왜 이렇게 안심하는 거지...)
히스이: ...? 왜 그러는진 모르겠지만... 있잖아, 너 한 명의 전속도우미가 될 생각 없어?
아리아: ...전속?
리온: 아, 그거 좋을 것 같네. 전원을 다 수발들라고 해도 결국엔 쟁탈전이 벌어질 테니까. 매번 그것 때문에 도우미가 죽어 나갔으니, 그렇게 하는 게 오래 갈 것 같네.
아리아: 뭐...? (지금 뭔가... 굉장히 위험한 말을 한 것 같은데?)
에반: 그렇네. 좋은 생각이야.
리온: 저기, 너. 집안일은 전반적으로 할 수 있어?
아리아: 그, 그런 걸 할 수 있을 리가 없지. 요리도, 빨래도, 청소도... 전부 메이드가 해줬는 걸.
리온: 흐음.... 뭐야. 전형적인 공주님 스타일이잖아? 쓸모 없네.
아리아: 뭐...! (뭐야 이 자식...!)
에반: 그럼 못 써, 리온. 여자애한테 "쓸모 없다"라니, 불쌍하잖아? 아리아, 신경 쓰지 않아도 돼. 누구나 처음부터 뭐든 다 할 줄 아는 건 아니니까. 조금씩 배워가면 돼. 그리고 조금씩 여기에 적응해 가면 되고.
아리아: 어떻게 적응을 해! 이런 굴욕적인 말을 듣고...!
에반: 하지만 적응하는 수밖에 없잖아? 너에겐 달리 있을 곳이 없으니까. 그게 아니면, 죄 지은 자의 말로를 직접 온 몸으로 맛보고 싶은 거야?
아리아: 윽...! (죄인이라면 분수를 알아야지. 도망치겠다는 생각은 하지도 마. 에반의 눈이 당당하게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어째서...? 어째서 이렇게 된 거야? 난 정말로 아무 짓도 하지 않았는데...!)
리온: ....이 봐, 얘기를 못 따라가겠는데. 죄 지은 자라니, 무슨 소리야. 이 녀석 범죄자야?
아리아: 윽! 아, 아니...
에반: 자, 어쨌든 말이지. 아리아는 오늘부터 여기서 도우미로 살게 될 거야. 아리아는 머메이드야. 너희들과 마찬가지로 아주 오랜 세월을 살지. 분명 잘 맞으리라 생각해. 친하게 대해줘. 다만... 아까 제안대로 그녀가 한 명의 전속 도우미가 되기로 하자.
루루: 그런데 그 '한 명'은 어떻게 정하나요?
에반: 그러게... 누가 되더라도 불만은 나오겠지. 이런 경우엔 그녀 스스로 결정하도록 할까.
아리아: 응?!
에반: 누구든 상관 없어. 방금 만난 사람들이니까, 어떤 사람인지도 잘 모르겠지. 직감으로 고르면 돼. 네가 시중을 들어도 괜찮을 것 같다고 생각이 드는 사람을 손가락으로 가리켜 봐.
아리아: (그, 그렇게 말해도... 선택하고 싶지 않지만... 해야만 하겠지. 전혀 모르는 상대보다는 조금이라도 사람 됨됨이를 알 수 있는 상대가 좋겠어... 그렇다면 유일하게 말을 나눠본 이 세 명 중에 한 사람.)
에반: 자, 아리아... 누구로 할래?
아리아: (**를 가리킨다.)
에반: 좋아... 재밌는 선택이라고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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